N잡러의 책 리뷰 - 리틀라이프 1, 2 책 소개, 줄거리, 느낀 점

책을 덮고, 곧장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어떤 글도 쓰지 못하고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읽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읽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저는 마음이 상당히 소심한데다가 눈물도 많고 심지어 심약한 구석까지 있어서, 공포 영화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컨텐츠는 평소에도 잘 보지 못합니다. 이 책 또한 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인 '주드'가 겪었던, 감히 예상할 수조차 없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들에 대해 잔인하리만큼 낱낱히 묘사한 작가의 글 때문에 실눈을 뜨고 읽거나 때로는 몇 문단을 건너 뛰어야 했습니다. 1권을 읽고 너무 진이 빠져서, 2권을 손에 쥐고 읽을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을 읽고 꼭 리뷰를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책 자체의 뛰어난 작품성과 더불어, 공감이 되는 포인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리틀라이프> 1,2권 책 소개와 더불어 줄거리, 저의 느낀 점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리틀라이프 2권 - 1권은 미처 사진을 못 남겼네요

 

<리틀라이프> 책 소개

<리틀라이프>는 아시아계 미국인인 한야 야나기하라의 소설입니다. 이 책은 그녀의 두 번째 소설로 2015년 영미권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나란히 오른 수작입니다. 책은 무려 천 페이지가 넘는데, 저는 3일만에 완독하였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간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흡입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완벽하게 정제된 구성, 구멍 없는 서사, 때로는 서정적이리만큼 아름답다가도 때로는 베일 듯 차가운 문장들. 이 책을 읽는 누구든지,강인하고 단단한 필력이란 이런 작품을 두고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줄거리

<리틀라이프>는 뉴욕에 거주하는 네 명의 친구들, 주드, 윌럼, 맬컴, 제이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주드' 삶에 대부분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드는 어릴 적 쓰레기 봉투에 버려져 수도원에서 자라게 되는데, 자라면서 믿을 수 없으리만큼 끔찍한 학대를 당합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는 그렇게 학대 받는 삶 외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아가지만, 대학에 가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의 삶은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드의 삶이 성공에, 행복에 가까워질 수록 그의 과거는 그를 더욱 집요하게 괴롭힙니다. 그는 그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무던히 노력하지만, 그 고통은 끝없이 그를 잠식하고 그를 나락으로 몰아갑니다. 

 

느낀 점

만약 이 책을 영상화 한다면 아마도 영상의 절반 정도는 주드가 어떠한 고통을 당하고, 그 고통 속에 괴로워 하거나,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또 다른 고통을 스스로에게 가하는 장면으로 가득찰 것입니다. 그러나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상황을 확정해서 보여주기에, 오히려 글보다 덜 충격적일 것 같습니다. 반면에, 어떤 면에서는 너무 가학적이고 자극적인 결과물로만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주드 및 그의 주변인들의 모든 행동과 생각들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묘사하기에 그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됩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먼발치에서 그저 관객으로써 주드의 삶을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의 옆에서, 그의 삶에 한 발자국 풍덩 담근 채 그의 친구가 되어 지켜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주드'가 힘들어 할 때는 그 고통이 전이되는 것만 같아 괴롭다가도, 그가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다행이다 싶고 이제는 괜찮은건가 싶어 안도합니다. '주드'의 고통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다가도, 결국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이러한 경험만으로도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혹시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책을 읽으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리틀라이프>의 주인공은 분명 '주드'이지만,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주드의 옆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는 '윌럼'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자꾸만 포커스가 맞춰졌습니다. 제 곁에도 '윌럼'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언제나 기다려주고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것이라는 것을 단 한번도 의심한 적 없도록 확고한 믿음을 주는 사람이 말입니다. 그리고 나 또한 그에게 '윌럼'과 같은 사람인지 생각해봅니다. 또한 내 주변에 '윌럼'을 포함한 맬컴이, 제이비가, 해럴드가, 리처드가, 앤디가 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