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N잡러로 살면서 사수해야 하는 시간, 포기하는 시간, 앞으로 늘려야 할 시간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그 소중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열정'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 MBTI 성향은 INFP인데, 특히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현실적이기보다는 이상을 좇고, 냉철하기보다는 감성적이고, 계획적이기보다는 즉흥적입니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일은 끝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러한 성향이 N잡러로 살아가는 데에는 아주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분야를 파고 들어서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사람,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정말 존경하지만 저는 스스로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저에게 맞는 방식대로, 제 성향을 장점으로 활용하며 삶을 영위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항상 높은 에너지 레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열정 관리 4단계 패턴인 관심사 확장, 몰입, 관심사 이동, 반복 패턴에 대해 다뤄 보겠습니다.
관심사 확장
저는 언제나 "N" 성향을 십분 발휘하여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어쩌면 쓸데없는) 들을 떠올립니다. 늘 현실 가능성 있고 영양가 있는 생각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을 확장하다 보면 정말 괜찮은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합니다. 휴대폰 맨 첫 화면에는 항상 메모장이 띄워져 있는데, 이런 메모들이 몇 차례 수정을 거치고 살을 붙여가다 보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주의할 점은 단순한 흥밋거리인지, 발전시킬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구분의 잣대는 나의 역량과 현실 가능성입니다. 관심사를 발전시켜 성과로 만들어 낼 만한 역량이 내게 있는지 반문해 보고, 리서치를 통해 현실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지요.
몰입
여러 관심사 중에 나의 역량과 흥미, 현실 가능성을 따져서 정말 발전시키고자 하는 관심사를 선택하여 깊이 몰입하는 단계입니다. 현실적인 분들은 잘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지만, 몰입할 관심사를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흥미'입니다. 나의 역량과 현실 가능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흥미도가 높으면 몰입도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이와 비례해서 효율도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제가 지난 포스팅에서 소설 쓰기에 대해 언급했었는데요. 저는 그전까지 글을 쓰는 것은 좋아했지만, 소설을 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역량이 있는지조차 판단이 안 됐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제 딸아이가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데 엄마랑 같이 써보면 안 되겠냐고 했던 것이 시작이 되어 소설 쓰기에 대한 흥미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소재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 소재에 몰입하다 보니 하루종일 머릿속에 이야기가 떠다녔습니다. 저는 스스로 어떤 관심사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임을 인식하고 스퍼트를 올려 글을 썼습니다. 그 결과 3주 만에 250페이지가량의 장편 소설의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의 역량과 현실 가능성만 따졌다면 아예 시작을 안 했을 수도 있고, 시작했더라도 극도의 몰입 상태를 경험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관심사 이동
이렇게 단기간에 몰입해서 열정을 쏟는 일은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어느 순간 관심사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런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스스로 열정이 떨어지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관심사로 넘어갑니다. 굳이 애를 써서 꺼져가는 열정의 불꽃을 되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 열정의 불씨가 다른 관심사로 넘어간 것뿐이거든요. 이 타이밍에서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관심사만 확장하다가 끝없이 일만 벌이고 제대로 마무리는 못하는 것 아니냐고요. 저는 'No'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관심사라는 것도 본인이 경험했든, 우연한 기회에 발견했든 'Input'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얼토당토않은 관심사가 생겨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 잠깐 눈길을 끄는 흥미인지, 몰입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만한 관심사인지는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다음 단계인 '반복' 단계를 거치게 되면 잠시 내려놓았던 일을 다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반복
위 3단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단계입니다. 관심사의 성격에 따라 어떤 것은 몇 달 동안 열정을 불태우기도 하고, 어떤 것은 1~2주 내에 열정이 식기도 합니다. 저는 평균적으로 3~4개 정도의 관심사가 꾸준히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열정의 순환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열정이 식어가는 것 같으면 이 열정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그다음 목적지를 정합니다. 그래야 이것저것에 열정을 분산시키지 않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나의 현재 상태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한데, 이는 반드시 시간을 써서 들여다봐야 하는 일입니다. 매일 그저 바쁘게만 살아가다 보면 깨닫기 어려울 수 있으니, 모닝페이지나 일기 쓰기, 명상 등을 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다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3~4개의 일이나 아이디가 마무리되는 순간이 옵니다. 오히려 한 가지 일에만 계속 매달려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말입니다. 열정의 대상이 옮겨갈 뿐, 높은 에너지 레벨은 계속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자기 계발서가 끊임없이 나오는 세상입니다. 세상에는 어쩜 그렇게 자기 계발도 잘하고, 성공한 사람이 많을까요?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못할까? 하고 한숨 쉬고 있지는 않나요? 저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또 각자의 장점과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시각을 바꿔보면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아끼고 응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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