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패시브인컴 2탄 소개 포스팅에서 N잡러의 N의 하나로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고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저는 현재 영어덜트(Young Adult) 향 판타지 소설 집필을 완료하여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출간 계약 과정은 별도로 다뤄보기도 하고 오늘은 소설 집필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아이디어 도출, 줄거리 작성, 몰입해서 글쓰기를 소주제로 다뤄보겠습니다.
소설 집필 3단계 중 첫 번째 - 아이디어 도출
소설이든 에세이든 창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첫 단계는 아이디어 도출입니다. 소설의 중심 소재를 생각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지요.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는 책상 위에 펜을 들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영감은 Input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루 종일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아이디어가 시작되고 영감이 떠오르게 됩니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다른 작가들의 책도 많이 읽고,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고,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여행도 다니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러한 Input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도록 기록하고, 여러 Input들을 결합해 보며 새로운 Output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시간을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갖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오늘 A라는 소설을 읽었고, B라는 공연을 봤는데 각각 어떤 점이 좋았는지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기록해 보고, A와 B를 결합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꿈 이야기에서도 영감을 종종 얻습니다. 가끔 정말 재미있거나 황당한 꿈을 꿀 때도 있는데요, 그런 날이면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바로 모닝페이지에 적어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꿈이야기가 훗날 소설 속 주인공이 경험하는 사건의 한 꼭지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의 첫 번째 소설의 소재는 제 꿈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꿈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롤러코스터가 거꾸로 뒤집어지는 순간 어디론가 떨어져 새로운 세계로 가는 꿈을 종종 꾸곤 했습니다. 어떤 세계로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떨어졌던 꿈의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떠오를 정도로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 줄거리 작성
소설 집필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다음은 줄거리를 작성할 차례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전체적인 기승전결과 주제, 등장인물들을 대략적으로 설명하는 시놉시스를 1장 정도 분량으로 작성하고, 그다음으로는 전체 분량의 약 10~30% 수준으로 트리트먼트를 작성합니다. 트리트먼트에는 세부적인 묘사나 등장인물들의 대사 정도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주요 사건이 포함 됩니다. 이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초고를 작성합니다.
이는 가장 일반적인 프로세스고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시놉시스나 트리트먼트를 쓰고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인공 정도만 설정하여 그가 소설 속 세상에서 어떤 일을 겪을지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그러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집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한 두줄 정도로만 쓰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트리트먼트 수준으로 써놨다가 나중에 살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반드시 시놉시스를 거쳐 트리트먼트를 쓰고 초고를 쓰는 프로세스로 진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순서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상상하고, 떠오르는 영감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세 번째 - 몰입해서 글쓰기
마지막으로 몰입해서 글쓰기 단계입니다. 소설을 집필하려면 내가 그 소설 속 세상에 푹 빠져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밥을 먹다가도 '주인공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생각하고, 산책을 하다가도 '이런 동네에서 주인공이 살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몰입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 생각에는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이 떠올랐는데, 막상 주인공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쓰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많은 Input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 것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소설의 초고를 불과 3주 만에 완성했습니다. 약 250페이지 분량의 중장 편 소설이었는데 엄청난 몰입을 통해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에는 다른 일들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잠도 잘 못 자고, 집안도 엉망이고, 다른 일들도 정말 최소한만 했습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워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 것도 있었지만, 이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몰입의 효과가 옅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원기옥을 모으는 심정으로 글쓰기에 몰입했습니다. 물론 매일 연재를 해야 하는 웹소설은 이런 방식으로 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몰입하는 글쓰기가 훨씬 저에게 잘 맞았는데,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잘 맞는 분들은 그런 방법을 택해도 좋습니다. 이 또한 정답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소설 집필 3단계 내용을 다뤄보았는데요, 위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며 일반적인 내용은 아닐 수 있으니, '이렇게도 글을 쓰는구나.'하고 참고 삼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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