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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 파이프라인

무인 매장 에피소드 - 고마운 손님들, 대량 구매, 인터넷 먹통

by 2ndmojac 2023. 5. 13.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한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약간 쉬어가는 느낌으로 그 동안 무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생겼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매장을 방문했던 고마운 손님들, 대량 구매 손님, 인터넷 먹통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대응할만한 내용이라기 보다도, '아,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겠구나!'하고 쓱 읽고 넘어가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마운 손님들

 첫 번째로는 고마운 손님들입니다. 무인 매장이라 도난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 중 하나지만, 고마운 손님들 덕분에 도난으로 곤두섰던 마음이 사그라들곤 합니다. 얼마전에 매장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울렸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왔는데 매장 바닥에 5만원짜리 2장이 떨어져 있어서 분실물 수거함에 넣으려다가 큰 금액이라 누가 가져가면 안될 것 같아서 일단 챙겨온 후에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는 것입니다. 현금 잃어버린 분이 다시 찾으러 오신다면 본인에게 연락주면 현금을 전달해 드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양심적인 고객분이시죠? 다행히 CCTV를 모니터링 하면서 현금을 흘린 분을 찾게 되었고 그 분이 마침 현금 결제를 하면서 현금영수증 핸드폰 번호를 POS에 입력해 놓은 덕분에 쉽게 주인을 찾아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뿌듯한 에피소드라서 매장 게시판에 훈훈한 사례로 소개해 두었습니다.

 이 외에도 누가 냉동고 위에 놓고간 지갑을 분실물 수거함에 넣어준다든지, 카운터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어준다든지, 장바구니를 제자리에 정리해둔다든지 하는 고마운 손님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CCTV 모니터링을 하면서 발견할 때마다 게시판에 사연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내 맘같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양심적이고 착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대량 구매 - 아이스크림 380개 구매자의 비밀

 어느 날 무심코 매장 CCTV를 열어봤는데 건장한 남자 두 분이서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에다가 아이스크림을 마구 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깜짝 놀라서 지켜보았는데, 한번에 아이스크림을 5개씩 잡아서 박스에 빠르게 넣는 손놀림이 한두번 하신 솜씨가 아니더라고요. 대낮에 아이스크림을 터는 사람은 아닐테고, 단체라고 하기에도 수량이 너무나 많아 한동안 그냥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두 분은 아이스크림을 스티로폼 박스에 잘 넣고는 키오스크로 무려 380개의 아이스크림을 계산하고 유유히 사라지셨습니다. CCTV를 다시 돌려서 수량이 맞는지 재확인 했는데 100%는 아니지만 거의 맞더라고요. 어떤 분들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알 방법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이전 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단체 주문 문의가 이전 전화번호로 와서 내용 전달 차 연락을 주셨다고 하시면서, 여름철에 인근 회사에서 약 30~40만원 정도 대량 구매를 해 가시니 미리 수량 많이 확보해 놓으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다행히 이전 사장님이 그 손님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계셔서 문자를 보내 다음번에는 대량 구매 시 배달도 해 드리니 미리 연락 달라고 안내를 드렸습니다. 탕비실을 갖춘 인근 회사들만 잘 영업해도 여름철 장사는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영업을 할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인터넷 먹통! 키오스크와 CCTV가 멈추다

 어느 날 CCTV를 확인하려고 앱을 실행했는데 계속해서 CCTV 연결이 안된다는 오류 메시지가 떴습니다. 가끔 인터넷 연결 문제로 영상 송출이 안된 적도 있긴 했지만 이렇게 10분 이상 연결이 안되는 일은 없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장으로 바로 출동해보니 다행히 CCTV는 잘 녹화되고 있었고, 영상 송출만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게산을 하시려던 손님이 키오스크 결제가 안된다고 하십니다. 인터넷 연결 상태를 체크해보니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고 카드 승인이 안되고 있었습니다. 일단 손님께는 죄송하다며 계좌이체로 해결했는데, 포스 결제가 안되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급한대로 얼른 집에 뛰어가 휴대용 POS결제기를 가져와서 이후 손님들 몇 분께 결제를 해드렸습니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바로 옆 가게가 업종을 바꾸면서 시설 철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인터넷 선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습니다. 바로 옆 가게로 출동해서 여쭤보니 철거 작업을 하면서 선을 하나 잘랐다는 것입니다. 이럴수가... 어떤 선인줄 알고 선을 잘라버렸을까요? 그것이 인터넷선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일단 LGU플러스에 긴급 장애 접수를 넣었습니다. 다행히 접수를 넣고 1시간 내에 기사님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의심한대로 옆 가게 철거 현장에서 자른 선은 인터넷 선이 맞았고 다시 선을 까는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기사님이 일단 급한대로 무선 라우터 장비를 설치해 주셔서 다행히 인터넷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유선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불안불안한 상태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철거 현장에서 자른 선이 인터넷 선이었기에 망정이지 더 중요한 전기 관련 회선이었다면 더욱 골치가 아플뻔 했습니다.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문제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를 인식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CCTV를 뒤늦게 확인했다면 손님들이 결제가 되지 않아 그냥 돌아가 버리는 상황이 한동안 발생했을 수도 있었겠죠. 그랬다면 영업 손해 비용에 대해 옆 가게 청구하는 등 더욱 머리 아픈 상황이 발생했을텐데 빠르게 해결이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도중에 옆 가게에서 공사를 하던 중 인터넷 선을 잘라버려 인터넷이 먹통이 되었는데, 그것을 우연히 바로 확인하게 되어 1시간 내에 해결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일들이 생겨날 수 있겠지만 그때그때 빠르게 대처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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