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N잡러의 책 리뷰 -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심판 책 소개, 줄거리, 기억에 남는 점

by 2ndmojac 2024. 1. 18.

저는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기발한 상상, 때로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불러 일으키지만 해학을 담고 있는 유머들이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그가 상상의 세계를 무한대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과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세계관은 제가 소설을 집필하는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요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는데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은 제가 한창 소설을 쓰던 와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죽음 이후 지난 삶에 대해 심판을 받는 이야기라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심판> 책 소개 및 줄거리, 기억에 남는 점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판 - 베르나르베르베르

<심판> 책 소개

<심판>은 <인간>에 이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으로 2020년에 출판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들보다 훨씬 두께가 얇아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습니다. 찾아보니 프랑스 뿐만 아니라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이 올라간 적이 있네요. 희곡이지만 지문이 적다보니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심판>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간 이후 심판을 받는 내용입니다. 베르나르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상상과 유머가 곳곳에 살아 있는 유쾌한 작품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연극으로 봐도 아주 흥미로울 것 같아요.

줄거리

등장인물은 아주 단촐합니다. 주인공이자 천국 심판의 피고인 아나톨 피숑, 피고인 측 변호사 카롤린, 검사 베르트랑, 재판장 가브리엘이 등장합니다. 아나톨 피숑의 직업은 판사 입니다. 그는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게 되었죠. 그는 천국에서 눈을 뜨는데, 마치 배경이 병원과 같아서 처음에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수술이 잘 되어 몸이 가뿐하다고 느낍니다. 그의 변호인 카롤린은 마음이 약한 나머지 아나톨에게 그가 죽었다는 말을 제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아나톨은 심판대에 서서야 시니컬한 검사 베르트랑에게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죽음 이후 심판에서 가장 큰 형벌은 바로 다시 한번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나톨은 그가 살아 생전 좋은 학생이자, 좋은 남편이자, 좋은 직업을 가졌고 충실히 살아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아나톨의 주장은 인간 세상의 기준일 뿐, 천국의 검사인 베르트랑은 아나톨이 잘못된 선택을 했고, 잘못된 인생을 살았다며 조목조목 따집니다. 이 부분이 아주 흥미로운데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결국 아나톨은 삶을 다시 사는 형벌을 받게 되고, 부모님, 직업 등 다음 생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기 직전, 아나톨은 자신이 판사를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적 요인이 있었다며 정상 참작해 달라고 항소심을 요구합니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기억에 남는 점

인간의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그의 2000년도 작품인 영계 탐사를 다룬 소설 <타나토노트>에서도 일부 드러나는데요, <심판>에서도 비슷한 결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삶은 25%의 유전 (환경적 요인), 25%의 카르마 (전생의 업보, 이미 정해진 운명), 50%의 자유 의지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즉, 이미 인간은 태어나기 전, 전생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그리고 전생에서 죽은 영혼이 환생할 때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한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는 정해진 운명을 따르게 되지만, 그보다 더 영향이 큰 자유 의지에 따라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 땅에 왔을 때 정해진 운명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결국 내 삶을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베르트랑이 아나톨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추구하는 많은 것들이 결국은 그 시대가 만들어 낸 허상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시대의 기준을 무시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시대의 기준과 오래도록 변치 않는 진리, 그리고 내 마음 속 목소리에 따른 기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