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의 취미라는 '독서'를 저도 취미로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1인당 독서량은 줄어든다고 하는데, 어째서 주변에 대다수는 '독서'가 취미인지 참으로 아리송합니다.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인데, 사실 경제 도서는 공부를 위한 목적이 크다 보니, 취미의 영역으로 넣기는 좀 애매합니다. 저는 정말로 쉬고 싶을 때, 혼이 나가도록 재미있는 소설을 읽거나, 깔깔 웃다가 펑펑 울게 만드는 에세이를 읽곤 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저를 깔깔 웃게도, 코끝 찡하게도 만들어 주었던 책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에 대한 소개, 줄거리, 기억에 남는 점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 소개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그 분(?)이 오시면 에너지를 120% 쏟아 달리는 저에게 남편이 종종 하는 말이었는데, 어느 날 동제목의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김혼비 작가의 책이라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무튼, 술>이라는 책을 통해 김혼비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고 김혼비 작가에게 푹 빠져 그녀의 책을 하나둘 읽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유독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천성이 게으름뱅이인 제가 저의 게으름에 합리화를 한 스푼 넣고 싶었던 것이 속마음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세상에, 내가 그동안 최선을 다 할 뻔했다니까? 죽을 뻔했잖아.'라든지, '내가 살려면 최선을 다하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책은 제 기대와는 다르게 두 명의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라는 말은 몇 다리를 건너가서야 그 출처가 확인되었습니다. 김혼비 작가 외 또 한 명의 저자인 --> 황선우 작가의 --> 동거인 김하나의 --> 엄마 이옥선 작가의 육아일기를 엮은 책 <빅토리노트>에서 언급된 문장이었습니다. 이로써 읽어야 할 책 목록이 하나 더 늘었네요.
줄거리 - 다정한 잉여의 위로가 있는 책
책의 초반부에서는 왜 하필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책을 덮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았던 편지에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느라 힘겨웠던 시간에 대한 정서, 그리고 서로를 향한 다정한 위로가 녹아 있었습니다. 저의 마음을 울렸던 문장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다정함이란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는 일이겠지요. 혼비씨가 지하철 앞에 선 사람의 안색을 살피고, 그분이 소리쳐 혼비씨를 깨워주는 풍경처럼 말이죠." "잔디와 제사가 해야 할 일, 의무의 영역이라면 꽃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잉여의 영역입니다. 다정함이란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는 일이겠지요." "좀처럼 아프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도 굳세기만 할 것을 요구하는 강인함과는 다르게, 이런 꺾임을 여러 번 반복해 본 사람이 갖게 되는 내면의 단단함도 있지 않을까요? 내가 아프지 않을 때에도 언제든 아플 수 있음을 알고, 어딘가 아픈 사람이 존재함을 알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상가에 화환이 충분한지, 그렇지 않다면 친구가 그것에 마음 쓰지는 않는지 미리 꼭 체크할 것." "기본적인 식사와 거주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다면 군자가 되어서 다 무슨 소용이죠?"
기억에 남는 것 - 나의 투두리스트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몇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김혼비 작가가 마음을 다스릴 때 유용히 사용하는 목탁을 구매하겠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인 저에게 목탁은 약간 금기의 물건(?) 같은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싱잉볼 소리를 좋아해서, 싱잉볼을 구매해 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목탁이 한층 더 한국적이고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이왕 금기를 깰 거라면 확실히 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목탁이 실제로 집에 배송되고, 그것을 두드리고 있는 제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구매 욕구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장례식장에서 화환이 충분한지 꼭 확인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화환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주의 입장에서는 옆 상가보다 적은 화환의 수가 여간 신경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상가에 갈 일이 많아집니다. 제가 이렇게 어른으로 살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도와준 주변인들을 위해 제 화환으로 기꺼이 한 자리를 채워주고 싶습니다. 황선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잉여의 다정함을 채워 나가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나도 휴식계의 '대갈'이 되어야겠다.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휴식계의 '대갈'이 무엇인지는 이 책을 통해 직접 알아가실 수 있도록 남겨 두겠습니다. 사실 현재 저의 삶은 일상이 휴식이라 할 정도로 조용하고 평온하지만, 머릿속은 언제나 조급하고 바쁩니다. 침대에 누워 끝없이 유튜브 쇼츠를 넘겨 보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진짜 휴식을 잘 찾아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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