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에서는 <도둑맞은 집중력> 6~14장 요약 및 책을 읽은 후 들었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6~14장 요약
6장: 우리는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 구글을 비롯한 많은 테크 기업들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상품을 개발합니다. 즉, 이메일이 올 때마다 핸드폰 알람을 주면서 참여도를 높이는데, 이는 1장에서 짚었던 것처럼 우리의 주의력을 낮춥니다. 우리의 산만함이 테크 기업들의 연료가 됩니다. 구글의 전략 전문가였던 제임스 윌리엄스는 이러한 서비스 설계가 사용자의 집중력을 앗아가는데에 죄책감 느꼈고, 구글을 그에게 자사 최초의 '설계 윤리학자'역할을 맡겼으나 성과는 없었습니다. 구글의 사업 모델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쓸 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용자의 집중력 파괴는 사업 모델의 불가피한 결과였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무한 스크롤 설계로 인해 우리는 웹사이트에서 50% 이상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심지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핵심 중역들 조차 그들의 결과물이 위험하다 생각하고, 자녀들의 사용을 막기도 합니다.
7장: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 - 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뭔가를 공짜로 제공하면서 우리를 감시합니다. 집중력 저하는 스마트폰, 인터넷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설계되는 방식입니다. 인간은 '부정편향'의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 컨텐츠에 훨씬 더 반응을 잘 합니다. 이것이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참여도가 높아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이고, 분노를 일으키는 컨텐츠에 둘러 싸이게 됩니다.
8장: 작고 얄팍한 해결책 -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앱과 전자기기에 중독되는 과정을 극복하려면, 모든 개개인이 각자의 기술 (ex_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을 때 10분만 기다리기)을 개발해, 방해 요소에 굴복하는 자신의 내면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잔혹한 낙관주의'라고 이야기하며, 결코 개인적인 방법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디지털 다이어트와 같인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6,7장에서 언급했던 거대 테크 기업들이 설계해 둔 환경에서 벗어나 집중력 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9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처음으로 목격하다 - 온라인에서 우리를 추적해 약점을 파악하고 그 정보를 최고 입찰자에게 판매하는 감시 자본주의 기반의 사업 모델을 금지하고, 대신에 구독 모델을 도입하여 광고주가 아닌 사용자를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소설 미디어 정부 인수, 공공 소유 등을 통해 매체의 재정적 유인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페이스북이 사회 전체의 집중력 훼손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 사업 모델을 파기해야 한다고 연구 결과를 내 놓았지만, 임원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더 큰 이익을 추구해야 살아 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 같습니다.
10장: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행동상 문제를 진단 받을 확률이 32.6배 높습니다. 우리가 평상시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합니다. 약물 처방은 근복적인 집중력 해결법이 아닙니다. 약한 수준의 스트레스라도 장기화 된다면 집중 과정을 크게 바꿔 놓을 수 있으며, 스트레스와 과각성으로 인한 불면증은 3장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경제적 안정감이 생겼을 때 과각성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핀란드는 기본 소득 실험을 하였고, 기본 소득이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안도감을 제공하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11장: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소들 - 영국 평균 노동자가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3시간 미만이라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앤드루(시티오브런던에서 일하다가 퍼페추얼 가디언을 운영하고 있음) 임금을 유지하고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실험을 합니다. 이후 정신 산만을 보여주는 모든 징후가 급격히 줄어 들었습니다. 일을 줄이면서 집중력이 개선되었고 생산성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년에 1주일밖에 휴가를 쓰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솔루션은 '잔혹한 낙관주의'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근무 시간 외에 연락할 수 없음)'법처럼, 집단적 노력과 법적 토대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12장: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 현대인의 식단은 에너지 급상승, 급강하를 주기적으로 유발하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머릿속이 뿌옇게 되곤 합니다. 자연에 없는 재료들을 넣은 초가공 식품은 원시적 쾌락중추만을 겨냥할 뿐, 뇌가 제대로 발달하고 기능하는데 필요한 영향분이 없습니다. 실제로 방부제, 첨가물, 합성착색료를 제거한 식단을 먹은 70%이상의 아이들이 50% 가량 집중력이 향상되었다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음식 뿐만 아니라 대기, 물건에서 오는 각종 오염물질도 집중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 전반에 ADHD가 크게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문제도 개인의 변화 뿐만 아니라, 음식 산업 등 배후의 거대 세력과 맞설 필요가 있습니다.
13장: 잘못된 ADHD 진단 - 2003년~2011년 사이에 미국 내 ADHD 진단이 43% 증가 하였고, 현 미국 청소년의 13% ADHD 판정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ADHD는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여겨져 왔지만, 수십년에 걸쳐 집중력을 연구한 아동 심리학 교수 앨런은 절대 다수는 ADHD를 타고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발현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서도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은 원래 자기 시간의 60%를 풀 뜯기에 쓰는 것이 본능이지만, 마굿간에 갇혀 그것을 못하게 되면 가짜 풀뜯기인 끙끙이 증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불안 증상을 보이는 동물들은 정신과 약을 처방 받습니다. 현재 미국 동물원 전체의 거의 절반이 동물에게 정신과 약물을 투여한다고 시인했습니다.
14장: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 - 사회운동가 리노어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창의력, 상상력, 문제해결력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아이들은 '보호'라는 이름하에 놀이하고 탐구할 기회가 없습니다.
나의 생각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집중력 상실이 실제로 나와 내 가족, 주변인들에게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특히, 예전에 IT기업에서 서비스기획자로 일했던 저는 테크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 설계하는 서비스의 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앱에서 머물고 활동하는지에 대한 지표는 테크 기업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모든 직원들은 매일 이 지표를 점검하며 앱을 개선해 나갔고, 이것이 사용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설계가 사용자들의 집중력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사실 알았다고 해도 이 책에서 나온 테크 기업의 임원들이 그랬던 것 처럼, '집중력 따위야 어쩔 수 없지. 그건 개인이 해결할 문제야.'라고 여겼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저는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집중해서 일을 할라치면 슬랙 메시지와 이메일이 미친듯이 쏟아졌고, 전화통에는 불이 났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이런 메시지에 대응하느라 엄청난 전환 비용을 쓰고 있었고, 결국 해야할 일에 집중하지 못한 채 일이 쌓여만 갔습니다. 결국 저는 퇴사를 결심하기 1년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점점 더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매일 아침 3페이지씩 모닝페이지 쓰기, 핸드폰 알람 끄기, 물건 비우기, SNS 끊기, 채식 같은 행동을 실천하며 집중력을 조금씩 회복해 나갔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고,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머리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실, 저자가 주장한 테크 기업의 감시 자본주의 규제, 소셜미디어 공공화는 개인적으로는 실현 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계속 IT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사용자들의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으니 무한 스크롤 기능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면 모두가 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 틀림 없습니다.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한참 부족한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집중력의 문제를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하고, 이를 공론화하려는 노력과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 한사람이라도 SNS을 끊고, 포털 사이트를 삭제하고, 대신 신문을 구독하고, 이러한 경험을 주변에 알리면서 변화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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